호르무즈 해협 봉쇄 — 유가 쇼크가 당신의 지갑까지 닿는 경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 유가 쇼크가 당신의 지갑까지 닿는 경로
2월 28일, 호르무즈 해협이 막혔다.
이란-아라비아반도 사이 이 좁은 수로는 하루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곳이다. 전 세계 해상 운송 원유의 5분의 1. 미국과 이스라엘의 '에픽 퓨리 작전'에 대한 이란의 보복으로 이 항로가 사실상 봉쇄되면서, 원유 가격은 배럴당 126달러까지 치솟았다.
대부분은 여기서 "유가 올랐다 → 주유소 비싸다"로 이야기를 끝낸다. 그런데 이건 시작일 뿐이다.
유가 위의 파급 경로가 진짜 문제다
휘발유 가격이 개전 이후 38% 올랐다는 건 이미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름값만 오른 게 아니다.
비료의 원료가 석유다. 중동은 전 세계 비료 생산의 30%를 담당하는데, 그 비료도 같은 해협을 통해 운송된다. 식료품 가격이 오르는 건 시간문제다.
트럭이 식품을 배달하고, 공장이 전기를 만들고, 난방유가 겨울을 버티게 해주는데 — 이 모든 것의 원가에 석유가 들어간다. 유가가 오르면 배송비가 오르고, 전기세가 오르고, 결국 진열대 위 모든 물건의 가격표가 바뀐다. 반도체와 전자부품 제조에 필요한 화학물질들도 같은 해상 루트를 쓴다.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단순히 "물가가 좀 올랐다"는 뜻이 아닌 이유가 이것이다. 유가 충격은 경제의 모세혈관까지 스며든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전망이 무너졌다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인플레이션이 2.4%에 수렴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 인하가 눈앞이었고, 시장은 그 기대감에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전쟁이 터졌다. Fed는 전쟁 전 이미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는데, 최악의 유가 급등은 그 수정치 이후에 발생했다. 실제 인플레이션은 전망치보다 상당히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 영향은 이미 실물 경제에 나타나고 있다. 미국 401(k) 평균 납입률이 9.2%에서 8.9%로 떨어졌다. 0.3%포인트 차이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건 사람들이 노후 저축을 줄여서 당장의 식료품비, 주유비, 전기세를 내고 있다는 의미다. 더 심각한 건 근로자의 20%가 작년에 자기 401(k)에서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유가 정상화까지 3~4개월은 걸린다
석유 업계 자체의 분석에 따르면, 전쟁이 내일 끝나더라도 정상 생산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3~4개월이 필요하다. 인프라 복구, 해상 보험 재개, 물류망 정상화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건 단기 이벤트가 아니다. 유가 충격이 수개월 지속된다는 건, 인플레이션 압력도 그만큼 지속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음 문제 — 29조 달러 부채의 벽 — 을 직접 악화시킨다.
지금 주유소에서 보는 가격표는 빙산의 일각이다. 진짜 영향은 식탁 위, 전기 고지서, 그리고 은퇴 계좌 안에서 조용히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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