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부터 1974년까지: 미국이 GDP의 106% 부채를 23%로 줄인 비결
1946년부터 1974년까지: 미국이 GDP의 106% 부채를 23%로 줄인 비결
1946년의 미국, 부채로 휘청였다
2차대전이 끝난 직후 미국의 국가부채는 GDP 대비 106%였다. 경제 전체보다 부채가 더 컸다. 시대의 분위기를 보고 싶다면 그해 신문 1면을 펴 보길 권한다. '미국, 파산할 것인가'라는 류의 헤드라인이 진심으로 진열돼 있었다.
오늘날의 비율은 약 101%다. 거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셈이다.
1974년이 됐을 때, 부채는 어디 갔나
28년 후 그 비율은 23%로 무너져 있었다. 디폴트는 없었다. 긴축 폭동도 없었다. 대규모 증세도 없었다. 닉슨이 워터게이트로 사임하고 사람들이 나팔바지를 입던 시점에, 미국 정부의 부채 부담은 거짓말처럼 가벼워져 있었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세 가지 재료가 동시에 작용했다.
첫 번째 재료 — 약간의 재정흑자
전후 일정 기간 미국 정부는 작지만 진짜 재정흑자를 냈다. 솔직히 말해 이 재료는 오늘날 복원이 불가능하다. 지금의 미 의회는 흑자를 만들 수 있는 정치 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러니 이 부분은 잊어도 좋다.
두 번째 재료 — 인플레이션
전후 미국은 사람들이 예상한 것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었다. 메커니즘이 핵심이다. 인플레이션은 달러의 가치를 깎는다. 그리고 부채는 달러로 표시돼 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은 동시에 부채의 실질 가치도 깎아낸다.
세 번째 재료 — 금융억압
여기가 진짜 핵심이다. 금융억압(financial repression)이라는 말은 어렵게 들리지만, 개념은 간단하다. 정부가 명목금리를 인플레이션 아래에 묶어놓는다. 그러면 시간이 흐를수록 채권 보유자는 실질적으로 손해를 보고, 그 손해만큼 정부 부채의 실질 부담은 가벼워진다.
전후 미국은 이걸 노골적으로 했다. 1942년부터 1951년까지 연준은 사실상 금리를 페그(pegging)했다. 시중은행은 규제로 국채를 일정 비율 보유해야 했고, 일반 시민이 받을 수 있는 예금 이자에는 상한선이 걸려 있었다. 시스템 전체가 한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누가 잃었고 누가 벌었나
내가 윈스턴(가상의 친구로 치자)에게 100달러를 빌렸다고 하자. 10년이 지났는데 그 사이 달러 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졌다. 내가 진짜 갚는 건 50달러다. 부채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부담은 소리 없이 절반으로 줄었다.
이게 인플레이션 세금이라 불리는 것의 정체다. 어떤 정치인도 표결한 적이 없고, 어떤 유권자도 동의서에 서명한 적이 없다. 그런데 부의 이전은 거대하게 일어난다.
| 그룹 | 결과 |
|---|---|
| 자산 보유자 (주식·부동산·금·기업) | 승자 — 달러는 약해져도 자산 가격은 인플레이션을 따라 올라간다 |
| 현금 보유자 | 패자 — 명목 금액은 같지만 살 수 있는 것이 줄어든다 |
| 채권 보유자 | 패자 — 실질 수익률 마이너스 |
| 봉급생활자·연금 수령자 | 패자 — 임금/연금이 인플레이션을 못 따라간다 |
부의 총량이 사라진 게 아니다. 단지 한 그룹에서 다른 그룹으로 옮겨갔을 뿐이다.
왜 이 패턴이 다시 작동할 가능성이 높은가
내가 멘토들과 이야기할 때 늘 같은 결론에 이른다. 정부는 항상 인플레이션을 증세나 지출 삭감보다 선호한다. 정치적으로 더 쉽고, 더 조용하고, 손해 보는 사람들이 그 손해를 가장 늦게 이해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미국은 1946년과 거의 같은 부채 비율을 안고 있다. 동일한 도구함이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열리고 있다. 그 도구함이 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더 자세히 보고 싶다면 월시 연준 플랜의 진짜 의미 글도 함께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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