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느끼고 보고 생각하는 값: 센서·비전·두뇌 5개 종목 점검
로봇이 느끼고 보고 생각하는 값: 센서·비전·두뇌 5개 종목 점검
로봇 한 대가 똑똑해질수록 반도체 값이 30배가 됩니다
제가 이번에 정리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사다리 하나였습니다.
알레그로 마이크로시스템즈가 공개한 기준으로, 로봇 청소기 한 대에는 자사 칩이 약 5달러어치 들어갑니다. 공장용 로봇에는 약 55달러. 그리고 완전한 휴머노이드에는 약 150달러입니다. 기계가 청소기에서 걸어 다니는 기계로 바뀌는 동안, 한 대에서 걷히는 반도체 매출이 30배가 되는 구조입니다.
대수가 아니라 대당 단가가 30배로 뛴다는 게 핵심입니다. 로봇 보급 대수 전망이 조금 빗나가도, 단가 상승분이 완충 역할을 해줍니다.
이번 글에서는 로봇이 느끼고, 보고, 생각하는 층을 담당하는 5개 회사를 하나씩 봅니다. 관절과 모터 이야기는 앞선 로보틱스 투자의 4-Tier 프레임워크에서 다뤘으니, 여기서는 그 위층입니다.
1. 알레그로 마이크로시스템즈(ALGM): 관절마다 두 개씩 들어가는 칩
알레그로는 로봇의 모든 관절이 자기 위치와 회전 속도를 알게 해주는 센서 칩을 만듭니다.
구조가 명확합니다. 관절 하나마다 위치를 감지하는 칩 하나, 모터를 구동하는 칩 하나가 필요합니다. 휴머노이드에는 관절이 수십 개죠. 실제로 알레그로는 단일 로봇의 관절들에 자사 칩 약 90개가 들어가는 설계 수주를 이미 따냈습니다.
다만 이 회사는 사이클 산업입니다. 최근 다운턴이 얼마나 매서웠냐면, 잠깐이지만 적자로 밀려 내려갔을 정도입니다. 거기서 끌어올린 건 아이러니하게도 로봇이 아니라 AI 데이터센터였습니다. 이 부문이 4배 넘게 커지며 전체 매출의 10분의 1을 차지하게 됐고, 연간 매출은 23% 뛰었으며 잉여현금흐름은 거의 6배로 늘어 사상 최대인 1억 2,5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문제는 시장이 이미 이 스토리와 사랑에 빠졌다는 겁니다. 주가는 역사상 가장 비싼 밸류에이션 구간에 있습니다. 그리고 첫 로봇 수주가 미국이 아니라 중국 제조사 쪽이라는 점도 저는 짚어두고 싶습니다. 훌륭한 회사지만, 저는 할인을 기다립니다.
같은 일을 하는 장외 종목도 있습니다. 벨기에의 멜렉시스(Melexis)는 동일한 자기식 위치 센서를 만들고, 모터의 회전 위치를 정밀하게 읽어내는 로봇 관절 전용 버전까지 내놨습니다.
2. 노반타(NOVT): 손끝의 감각을 파는 회사
촉각은 제가 보기에 가장 저평가된 센서 층입니다.
힘을 느끼지 못하는 로봇은 현실 세계에서 사실상 쓸모가 없습니다. 달걀을 깨뜨리고, 균형을 잃고, 악수하다 사람 손을 부러뜨릴 테니까요. 그래서 모든 휴머노이드는 손목, 발목, 손가락에 힘 센서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주요 공급망 분석들이 여기를 "가장 활짝 열려 있는 기회"라고 부릅니다. 아직 표준 부품을 만든 회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가장 좋은 후보 중 하나가 노반타입니다. 로봇 팔에 촉각을 주는 6축 힘 센서에서 선두이고, 감지된 값을 정밀한 움직임으로 바꾸는 컨트롤러를 만드는 셀레라 모션(Celera Motion)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로봇에서 가장 조달이 어려운 부품 두 개를 한 회사가 파는 셈입니다.
실적도 뒷받침합니다. 지난 10년간 매출이 160% 넘게 늘어 3억 7,400만 달러에서 10억 달러 가까이 왔습니다. 최근에는 엔비디아와 손잡고 자사 센서를 엔비디아 로봇 플랫폼에 바로 넣기로 했습니다.
제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하나입니다. 노반타는 로봇 매출을 따로 공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단기 성장의 가장 큰 동력은 사실 의료 쪽 계약입니다. 로봇 스토리를 사는 건데 확인할 숫자가 없다는 뜻이죠.
3. 비쉐이 프리시전 그룹(VPG): 가장 순수하지만 가장 취약한 베팅
가장 순수한 힘 센싱 베팅을 원한다면 비쉐이 프리시전 그룹입니다. 그리고 저는 여기에 가장 조심스럽습니다.
이 회사는 포일 스트레인 게이지를 만듭니다. 100년 된 정밀 공학의 산물이고, 로봇 손목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힘·하중 센서 안에서 실제로 감지를 담당하는 소자입니다. 아마도 미국에서 살 수 있는 유일한 힘 센싱 순수 종목일 겁니다.
그런데 펀더멘털이 경고를 보냅니다. 매출은 수년째 3억 달러 언저리에서 정체돼 있고, 주당순이익은 2022년 고점 2.60달러에서 약 0.40달러까지 사이클 저점으로 내려앉았습니다. 그런데도 주가는 휴머노이드 기대감만으로 사상 최고가까지 리레이팅됐습니다. 정작 휴머노이드 매출은 전체의 1% 미만입니다.
스토리와 실적 사이의 간극이 이 목록에서 가장 큰 종목입니다. 그래서 투자가 아니라 투기적 스윙으로 분류합니다.
4. 코그넥스(CGNX): 눈은 이미 물류에서 돈을 벌고 있습니다
코그넥스는 로봇에게 눈을 주는 머신비전의 세계 1위입니다. 그리고 이 목록에서 로봇 없이도 이미 실적이 회복 중인 몇 안 되는 이름입니다.
차별점은 안에 든 AI입니다. 엣지 러닝 소프트웨어는 이미지 몇 장만으로 정상 부품과 불량 부품을 구분하도록 시스템을 학습시킵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필요 없습니다. 최신 카메라는 그 AI를 카메라 자체에 올렸습니다. 한 라인은 퀄컴 칩, 다른 라인은 엔비디아 칩 위에서 돕니다. 단순 센서가 카메라가 보는 그 자리에서 판단하는 엣지 컴퓨터로 바뀐 셈입니다.
해자도 실질적입니다. 이 시스템이 생산 라인에 한 번 물리면, 걷어내는 순간 라인 전체를 다시 검증해야 합니다. 그래서 몇 년씩 그대로 남습니다. 40년치 비전 소프트웨어와 카테고리 대명사급 브랜드가 쌓아 올린 종류의 해자입니다.
숫자로는 지난 10년간 매출이 대략 두 배 늘어 10억 달러에 근접했습니다. 사이클을 타긴 하지만 2023년 저점에서 올라오는 중이고, 매출은 24% 넘게, 이익은 전년 대비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그 회복이 전부 물류·창고 자동화 한 곳에서 나온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지금 최대 전방 시장이고, 9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 중입니다. 휴머노이드는 아직 하나도 안 닿았습니다.
5. 엔비디아(NVDA): 원가의 6%를 가져가지만 양쪽에서 걷습니다
두뇌는 로봇 원가의 약 6%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 6%가 로봇을 주류로 만드는 열쇠이고, 엔비디아는 여기서 양쪽 끝을 다 쥡니다.
로봇 위에서는 젯슨 토르(Jetson Thor)를 팝니다. 기계가 실시간으로 보고, 생각하고, 반응하게 하는 소형 온보드 컴퓨터죠. 그리고 데이터센터에서는 두 번째 두뇌를 팝니다. 로봇을 학습시키고 로봇 함대 전체를 조율하는 쪽이고, 그 데이터센터는 이미 엔비디아 칩으로 돌아갑니다.
물론 모두가 더 싼 두뇌를 노립니다. 퀄컴은 휴머노이드 전용 칩 드래곤윙(Dragonwing)을 만들고 있고, 차량용 강자인 NXP,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인피니언도 로봇을 겨냥한 실리콘을 출하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가장 빠르게 학습하고 가장 효율적인 두뇌를 원한다면, 아직은 엔비디아입니다.
다섯 회사를 한 표로
| 회사 | 티커 | 담당 | 최근 실적 | 제 판단 |
|---|---|---|---|---|
| 알레그로 | ALGM | 위치 감지·모터 구동 | 매출 +23%, FCF 1억 2,500만 달러(사상 최대) | 워치리스트 (사상 최고 밸류에이션) |
| 노반타 | NOVT | 6축 힘 센서·모션 컨트롤러 | 10년 매출 +160%, 약 10억 달러 | 워치리스트 (로봇 매출 미공시) |
| 비쉐이 프리시전 | VPG | 스트레인 게이지 (힘 센싱 원소자) | 매출 3억 달러 정체, EPS 2.60→0.40달러 | 투기적 스윙 |
| 코그넥스 | CGNX | 머신비전 (눈) | 매출 +24%, 이익 2배 이상 | 워치리스트 (물류가 실적 견인) |
| 엔비디아 | NVDA | 온보드+데이터센터 두뇌 | AI 인프라 지배력 유지 | 이미 보유 중인 핵심 |
워치리스트를 이렇게 씁니다
이 다섯 개를 놓고 보면 공통점이 하나 보입니다. 사업의 질은 대부분 훌륭한데, 가격이 실제 모멘텀보다 조금 빨리 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층에서는 매수보다 규율을 강조합니다. 알레그로·노반타·코그넥스는 훌륭한 사업이지만 조정을 기다리는 워치리스트, 비쉐이는 스토리와 실적 격차가 커서 투기적 스윙, 엔비디아는 이미 오래 이야기해온 대로 보유 대상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확인 포인트를 드리자면, 이 층에서 진짜 신호는 "휴머노이드 기대감"이 아니라 실제 로봇 매출을 분리 공시하기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회사가 그걸 안 합니다. 안 한다는 건 아직 숫자가 작다는 뜻이고, 하기 시작한다는 건 이야기가 실적으로 바뀌었다는 뜻입니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전략을 정리한 옵티머스 V3와 무감독 로보택시 글과 함께 보면 수요 쪽 타임라인도 같이 잡힙니다.
FAQ
Q: 로봇 한 대당 반도체 값이 30배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A: 알레그로 기준으로 로봇 청소기 약 5달러, 공장 로봇 약 55달러, 휴머노이드 약 150달러입니다. 보급 대수 전망이 빗나가도 대당 단가 상승이 매출을 방어해준다는 뜻이고, 그래서 이 층은 대수보다 기계의 고도화 속도를 봐야 합니다.
Q: 촉각 센서가 왜 가장 열린 기회라고 하나요? A: 아직 업계 표준이 된 부품이 없기 때문입니다. 위치 센서와 비전은 이미 승자가 있지만, 손목·발목·손가락에 들어가는 힘 센서는 규격도 공급자도 굳어지지 않았습니다. 노반타와 비쉐이가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Q: 엔비디아가 두뇌에서 계속 이길까요? A: 퀄컴 드래곤윙, NXP, TI, 인피니언이 모두 더 싼 두뇌를 노리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다만 학습 속도와 효율에서는 아직 엔비디아가 앞서 있고, 로봇 위와 데이터센터 양쪽에서 동시에 매출을 걷는 구조는 현재로선 엔비디아만 갖고 있습니다.
이 글은 교육 목적의 분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같은 카테고리의 글
메타, 실적 후 10% 급락: 매출 28% 성장과 잉여현금흐름 91% 증발 사이
메타, 실적 후 10% 급락: 매출 28% 성장과 잉여현금흐름 91% 증발 사이
메타의 분기 매출은 608억 달러로 28% 늘었지만 EPS는 6.18달러로 컨센서스 7.15달러를 밑돌았고, 잉여현금흐름은 1년 전 85억 달러에서 7억 8,400만 달러로 줄었습니다. 10년 가정으로 계산한 제 중간 적정가는 925달러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하루 시총 증가 역대 최대: 6,780억 달러 계약 잔고가 말해주는 것
마이크로소프트, 하루 시총 증가 역대 최대: 6,780억 달러 계약 잔고가 말해주는 것
마이크로소프트는 매출 900억 달러(+18%), 애저 43% 성장, 계약 잔고 6,780억 달러(+84%)를 발표하며 주가가 10% 급등했습니다. 10년 가정으로 계산한 제 적정가 밴드는 363~883달러, 중간값은 571달러입니다.
오라클 52주 신저가: 백로그 6,380억 달러와 마이너스 현금흐름, 어느 쪽을 믿을 것인가
오라클 52주 신저가: 백로그 6,380억 달러와 마이너스 현금흐름, 어느 쪽을 믿을 것인가
오라클은 계약 잔고 6,380억 달러(+363%)와 국방부 계약을 확보했지만 잉여현금흐름은 -230억 달러, S&P 신용등급은 BBB로 강등됐고 400억 달러 조달을 준비 중입니다. 제 10년 모델의 중간 적정가는 200달러입니다.
다음 글
페이팔 인수 제안 60.50달러, 마이클 버리가 '너무 낮다'고 말한 이유
페이팔 인수 제안 60.50달러, 마이클 버리가 '너무 낮다'고 말한 이유
스트라이프와 어드벤트 인터내셔널이 페이팔을 주당 60.50달러, 총 530억 달러 이상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주가는 하루 만에 14% 급등했지만 여전히 54달러 부근이고, 마이클 버리는 내재가치가 75~115달러라며 매도를 거부했습니다.
페이팔 강세론 vs 약세론: 체크아웃 해자와 브레인트리 마진 함정
페이팔 강세론 vs 약세론: 체크아웃 해자와 브레인트리 마진 함정
이익 대비 7~8배라는 밸류에이션, 대규모 자사주 매입, 오픈AI 파트너십이 강세론의 축입니다. 반대로 애플페이의 잠식, 저마진 브레인트리 중심의 성장, CEO 교체라는 약세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두 논리를 비교표로 정면 대결시켜 봤습니다.
페이팔 적정 주가는 얼마인가: 잉여현금흐름으로 직접 계산한 6단계
페이팔 적정 주가는 얼마인가: 잉여현금흐름으로 직접 계산한 6단계
매출 성장 3/6/9%, 잉여현금흐름 마진 14/17/20%, 종료 배수 14/16/18배로 10년 분석을 돌리면 적정 주가는 보수 70~75달러, 중간 106~124달러, 낙관 160~200달러가 나옵니다. 계산 과정 6단계를 전부 공개합니다.
이전 글
오라클 주가 반토막의 진실: 마이너스 240억 달러 현금흐름과 6,380억 달러 수주잔고
오라클 주가 반토막의 진실: 마이너스 240억 달러 현금흐름과 6,380억 달러 수주잔고
오라클 주가는 1년 만에 279달러 근처에서 반토막 났지만 매출은 17% 늘어 670억 달러, 수주잔고는 363% 급증해 6,380억 달러가 됐습니다. 제가 보기에 시장이 겁먹은 건 실적이 아니라 360억 달러짜리 현금흐름 반전입니다.
도로 포장업체와 자동차 부품업체가 AI 인프라 기업이 되기까지: 스털링과 모다인
도로 포장업체와 자동차 부품업체가 AI 인프라 기업이 되기까지: 스털링과 모다인
스털링 인프라스트럭처는 매출의 약 70%가 데이터센터 부지 공사에서 나오고 지난 분기 174% 성장했으며, 모다인은 2027~2029년 40억 달러 규모 냉각 장비 계약을 이미 확보했습니다. 사양산업이던 두 회사가 AI 사이클에서 어떻게 다시 태어났는지 정리했습니다.
적자에서 흑자로 뒤집힌 순간: 루멘텀, 크레도, 이노데이터의 영업이익률 반전
적자에서 흑자로 뒤집힌 순간: 루멘텀, 크레도, 이노데이터의 영업이익률 반전
루멘텀은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25%에서 플러스 22%로, 크레도는 마이너스 19%에서 플러스 33%로 뒤집혔고, 이노데이터는 적자에서 3,200만 달러 흑자로 전환했습니다. 반도체 지수가 약세장에 들어간 지금 제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신호는 성장률이 아니라 이 손익 전환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