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의 6년 연속 공급 부족과 금·은 비율: 프로들이 보는 단 하나의 신호
은의 6년 연속 공급 부족과 금·은 비율: 프로들이 보는 단 하나의 신호
6년 연속 적자, 약 10억 온스의 구멍
저는 거시 데이터를 볼 때 가장 먼저 "이게 일회성인가, 구조적인가"를 묻는다. 은의 공급-수요 그림은 어느 쪽이냐면, 명백히 구조적이다.
2021년부터 세계는 매년 채굴되는 은보다 더 많은 은을 소비하고 있다. 2021년 부족, 2022년 부족, 2023년 부족, 2024년 부족, 2025년 부족, 그리고 2026년에는 약 6,700만 온스의 부족이 예상된다. 합치면 약 10억 온스 정도가 6년 사이에 "채굴된 적 없는 곳"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그러면 그 10억 온스는 어디서 나왔나. 답은 단순하다. 창고, ETF 보유분, 거래소 재고. 시장은 "이미 누군가가 쌓아둔 재고"를 끌어다 쓰면서 이 부족을 메워왔다. COMEX 재고가 해마다 줄어드는 것이 그 흔적이다.
가격이 올라도 공급은 늘지 않는다
여기서 합리적인 질문 하나. "수요가 그렇게 강하면 광산이 더 캐면 되지 않나?"
이 단순한 질문이 은 시장의 가장 중요한 구조적 한계를 정확히 가리킨다. 은은 거의 항상 부산물로 나온다. 납·아연·구리·금광산의 부산물이다. 은만 캐는 광산은 전 세계 광물 생산에서 비중이 매우 작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은 가격이 온스당 100달러로 가든 200달러로 가든, 광산은 그것만 보고 생산량을 늘리지 않는다. 그들의 의사결정은 납·아연·구리의 경제성에 의해 좌우된다. 구리 가격이 약하면 광산은 감산하고, 은 생산도 같이 줄어든다.
이걸 경제학자들은 "공급이 비탄력적이다"라고 표현한다. 풀어 말하면 가격이 올라도 공급이 빠르게 따라오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두 번째 제약이 더 무겁다. 신규 광산을 짓는 데 10~15년이 걸린다. 탐사, 인허가, 환경영향평가, 건설, 현지 분쟁 해결까지 다 거쳐야 한다. 시장이 "은이 필요해"라고 외친 시점부터 첫 생산이 나오는 시점까지의 시차가 10년 단위라는 것이다.
결론: 이 적자는 단기 사이클이 아니라 산업의 구조다. 빠르게 메꿀 방법이 없다.
금·은 비율(GSR) — 프로들의 단 하나의 신호
전문 귀금속 투자자들이 매일 보는 지표가 하나 있다. **금·은 비율(Gold-Silver Ratio)**이다. 계산은 단순하다.
금 1온스 가격 ÷ 은 1온스 가격 = GSR
금 1온스를 사기 위해 은 몇 온스가 필요한가를 나타내는 숫자다.
역사적 기준을 정리하면:
- 20세기 평균: 약 47
- 최근 수십 년의 일반적 레인지: 50~70
- 극단적 시장(예: 2020년 위기): 일시적으로 100을 넘기기도 함
읽는 법은 더 단순하다.
- GSR이 80 이상으로 높으면 은이 상대적으로 싸다. 누적 매수 구간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 GSR이 60 이하로 낮으면 은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차익 실현이나 비중 조절을 고민할 구간이다.
- 평균값으로 회귀하려는 성질이 강하다. 2020년에는 120을 찍었다가 몇 달 만에 70까지 내려왔다. 그 사이에 금은 크게 안 움직였지만 은 가격은 사실상 두 배가 됐다.
이 한 숫자만 제대로 읽어도 귀금속 시장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평균 인식보다 한참 앞에 설 수 있다.
무시할 수 없는 리스크
저는 어떤 자산도 무조건 사라고 권하지 않는다. 은의 리스크는 분명히 존재한다.
- 변동성이 매우 크다. 30~50%의 등락이 평범하게 일어난다. 손절 규칙이 없는 사람에게는 가혹한 자산이다.
- 대체 기술 가능성. 구리 나노와이어나 그래핀 같은 후보가 있다. 현재로서는 은의 성능을 따라잡지 못하지만, 은 가격이 충분히 오르면 대체에 대한 R&D 예산이 늘어난다.
- 달러와 금리 민감도. 연준이 고금리를 길게 가져가면 은은 눌린다. 강달러는 비미국 매수자의 구매력을 떨어뜨려 수요를 약화시킨다.
정리: 보기 드문 셋업
저는 이걸 단기적인 "몇 배 가즈아" 종목으로 보지 않는다. 은의 가치는 달러의 구매력 손실에 대한 보험이고, 거기에 산업 수요와 공급 부족이 겹쳐 있다.
중요한 건 이 네 가지가 동시에 작동하는 상황이 흔하지 않다는 점이다.
- 산업 수요(태양광/EV/AI/5G)
- 구조적 공급 부족(부산물 + 신규 광산 리드타임)
- 통화적 안전자산 수요
-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비교적 평균값 근처에 와 있는 금·은 비율
이 셋업이 다시 보기 어렵다는 점이 제가 은을 진지하게 보는 이유다.
같은 카테고리의 글
버이앤홀드는 죽었다: 1년 만에 -85%~-99% 떨어진 종목들이 알려주는 것
버이앤홀드는 죽었다: 1년 만에 -85%~-99% 떨어진 종목들이 알려주는 것
지난 1년 사이 PayPal -85%, Rivian -92%, Beyond Meat -99.7%까지 무너졌다. '유명한 회사를 사서 묻어둔다'는 전략이 왜 2026년에 더 이상 통하지 않는지 정리했다.
월가는 더 이상 보유하지 않는다: 자금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섹터 로테이션 전략
월가는 더 이상 보유하지 않는다: 자금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섹터 로테이션 전략
수천억 달러를 굴리는 기관은 매수 흔적을 숨길 수 없다. 가격, 거래량, 섹터 ETF의 상대 강도에서 드러나는 '발자국'을 읽는 법을 정리했다.
단일 종목 vs 바스켓 투자: 2026년에 어느 쪽이 살아남는가
단일 종목 vs 바스켓 투자: 2026년에 어느 쪽이 살아남는가
AI 시대에는 '어떤 회사가 살아남을지'를 맞히는 것보다 '어떤 산업이 뜨는지'를 맞히는 게 훨씬 쉽다. 바스켓 투자와 단일 종목 베팅의 기댓값을 비교했다.
다음 글
2022년 2월 28일, 달러는 어떻게 꺼졌나 — 사상 최대 중앙은행 골드 러시의 시작
2022년 2월 28일, 달러는 어떻게 꺼졌나 — 사상 최대 중앙은행 골드 러시의 시작
러시아의 3,000억 달러가 동결된 그날 이후 중앙은행들의 월평균 금 매입은 17톤에서 60톤으로 4배 가까이 뛰었다. 4년째 이어지는 이 흐름의 구조를 추적한다.
지상의 금 29조 달러, 그런데 신규 채굴분은 사실상 전부 중앙은행이 흡수 중이다
지상의 금 29조 달러, 그런데 신규 채굴분은 사실상 전부 중앙은행이 흡수 중이다
연간 약 0.5조 달러의 신규 금이 채굴되지만, 월 60톤을 사들이는 중앙은행이 그 대부분을 빨아들이고 있다. 공급이 늘어날 수 없는 자산의 가격 발견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금 투자, 실물·ETF·광산주 중 무엇을 사야 하나 — 3가지 흔한 실수부터 짚는다
금 투자, 실물·ETF·광산주 중 무엇을 사야 하나 — 3가지 흔한 실수부터 짚는다
전체 자산의 10~15%가 보통 합리적 시작점이라고 보지만, 핵심은 비중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 보유하느냐다. 실물·ETF·금광주를 6개 항목으로 비교한다.
이전 글
트럼프 그리드 행정명령 - 1.4조 달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그리드 행정명령 - 1.4조 달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서명한 '미국 전력망 신뢰성·안보 강화' 행정명령은 1.4조 달러 규모의 그리드 재건 예산과 결합돼, 백로그가 이미 44조 규모로 쌓인 인프라 시공사들에 직접 현금을 흘려보낸다.
데이터센터가 그리드를 떠난다 - 핵 SMR과 연료전지의 경쟁
데이터센터가 그리드를 떠난다 - 핵 SMR과 연료전지의 경쟁
구글·메타·오라클은 5~10년 걸리는 그리드 연결을 기다리지 않고 자체 발전소를 짓고 있다. Bloom Energy의 연료전지와 Oklo의 소형원전, 두 갈래 길을 비교한다.
그리드의 픽앤셔블 - 부품·시공·원자재까지 6개 종목
그리드의 픽앤셔블 - 부품·시공·원자재까지 6개 종목
AI는 그리드의 픽앤셔블이고, 그리드 부품·시공사·원자재는 AI의 픽앤셔블이다. Quanta(PWR), Vicor(VICR), Vertiv(VRT) 등 6개 종목을 백로그·기술 진입장벽·정책 노출 관점에서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