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AI 공포에 맞았지만 체력은 다르다 — 인튜이트 vs 어도비

같은 AI 공포에 맞았지만 체력은 다르다 — 인튜이트 vs 어도비

같은 AI 공포에 맞았지만 체력은 다르다 — 인튜이트 vs 어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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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DR — 인튜이트는 연초 대비 58%, 어도비는 34% 하락했습니다. 두 회사 모두 "AI가 소프트웨어를 잡아먹는다"는 같은 문장으로 맞았지만, 자본수익률은 12.5% 대 26%, 잉여현금흐름 배수는 10배 대 8.7배, 주주환원은 배당 병행 대 무배당 자사주 집중으로 갈립니다. 제 10년 가정 모델에서는 인튜이트가 현재가 대비 연 19.5%, 어도비가 24% 기대수익률로 나왔지만, 두 회사의 약세론 무게는 전혀 같지 않습니다.

같은 문장으로 두 회사가 맞았다

2026년 상반기 하락 목록의 상위권에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유독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인튜이트와 어도비는 시장이 붙인 이야기가 거의 동일합니다. 생성형 AI가 이 회사들이 팔던 기능을 공짜에 가깝게 만들어버릴 것이라는 이야기죠.

저는 이 이야기를 통째로 부정하지도, 통째로 받아들이지도 않습니다. 대신 두 회사를 나란히 놓고 같은 항목으로 비교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장이 같은 이유로 팔았지만 두 회사의 재무 체력은 같은 등급이 아닙니다.

인튜이트: 58% 하락에는 실제 이유가 있었다

이름이 낯설어도 제품은 다 압니다. 터보택스, 퀵북스, 메일침프. 수백만 명의 개인과 사업자가 매달 돈을 내고 씁니다.

강세론 쪽부터 보겠습니다. 이 회사 매출의 핵심은 매달 결제되는 구독 소프트웨어입니다. 세금은 안 낼 수 없고 사업 장부는 안 쓸 수 없습니다. 가격도 개별 사용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닙니다. 고객 수는 100만~200만 명 줄었지만, 남은 고객의 고객당 매출은 10% 올랐습니다. 거의 돈을 내지 않던 사용자를 정리하고 더 많이 내는 고객을 남긴 셈입니다. 여기에 AI 기능을 제품에 넣고 그만큼 가격을 더 받고 있습니다. 56% 넘게 빠진 뒤 예상 이익 대비 약 17배에 살 수 있게 됐는데, 이 정도 수익성의 사업치고는 역사적으로 싼 구간입니다.

약세론은 만만치 않습니다. 잃은 고객 이야기를 다시 해야 합니다. 회사는 터보택스 무료 사용자 약 100만 명을 의도적으로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그것과 별개로 전체 점유율이 약 1%포인트 줄었습니다. 1%가 작아 보이지만 세금 신고 건수로 환산하면 약 200만 건이 경쟁사로 넘어간 겁니다. 게다가 저가 구간에 남아 있는 약 700만 명은 가격에 민감한 층이라 다음 차례가 될 수 있습니다. 회사는 전체 인력의 약 17%를 감축했습니다. 이건 미세 조정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경영진이 저가 경쟁사로의 고객 이탈을 알고도 솔직하게 말하는 대신 AI 이야기로 덮었다는 주장입니다. 결말은 알 수 없지만 주가 위에 계속 얹혀 있는 리스크입니다.

이제 숫자입니다. 시가총액 783억 달러, 기업가치 885억 달러. 차이는 약 100억 달러의 순부채인데, 작년 잉여현금흐름이 77.6억 달러, 5년 평균이 55억 달러입니다. 감당 가능한 수준을 한참 밑돕니다.

자본수익률은 작년 10.25%, 5년 평균 12.5%입니다. 나쁘지 않지만 10년 전으로 가면 이 숫자가 30%를 넘었습니다. 저는 이 추세 하락을 그냥 넘기지 않습니다.

제가 가장 갸웃한 건 마진 구조입니다. 매출총이익률이 거의 80%인데 순이익률은 약 22%에서 10년째 크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한 단위를 더 팔면 원가 이전 기준으로 80%가 남는 사업인데, 최종 마진이 30% 초중반대까지 올라가는 회사들과 비교하면 판관비 부담이 계속 높다는 뜻입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 회사는 비용을 무겁게 쓰고 있습니다.

밸류에이션은 PER 17배, 잉여현금흐름 기준 10배입니다. 잉여현금흐름이 회계 순이익보다 큰 구조인데 SaaS 기업에서는 드물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투자자가 순이익을 보는 사이 현금흐름 기준 10% 수익률이 방치돼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제 불만이 하나 있습니다. 잉여현금흐름 10배에 거래되는 자기 회사를 경영진이 정말 싸다고 믿는다면, 저라면 배당을 멈추고 그 돈 전부를 자사주 매입에 쓰겠습니다. 배당은 세금 측면에서 비효율적으로 돈을 돌려주는 방식입니다. 반면 싼 가격에 주식을 소각하면 주주의 지분율 자체가 올라갑니다. 발행주식 10주 중 1주를 가진 주주가 회사가 2주를 소각하면 10%에서 12.5%로 올라갑니다. 가만히 앉아서요.

애널리스트 전망은 시장보다 훨씬 덜 비관적입니다. 올해 주당 23달러 수준의 이익이 4년 뒤 40달러 가까이, 매출은 216.6억 달러에서 7년 뒤 456억 달러로 갑니다. 연 10% 넘는 성장인데, 죽어가는 사업의 숫자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애널리스트는 닷컴 시절 이름에 닷컴만 붙으면 가치가 있다고 했던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제 10년 가정은 이렇습니다. 매출 성장 4%/7%/10%, 잉여현금흐름 마진 28%/30%/32%, 10년 뒤 배수 18/21/24배, 요구수익률 9%(안전마진 없는 내재가치 기준). 참고로 제 최상단 마진 가정도 이 회사가 지난 10년간 실제로 낸 수준입니다. AI로 마진이 일부 깎인다는 시나리오를 이미 넣은 보수적인 값입니다.

결과는 저가 400달러, 중간 583달러, 고가 866달러. 현재 주가 283달러에서 중간 가정이 실현되면 연 19.5% 수준입니다. 이 회사에 대해서는 AI 공포와 P/FCF 배수를 따로 파고든 글에서도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어도비: 34% 하락, 그런데 체크리스트는 전부 통과

어도비는 존재감이 오히려 너무 커서 잘 안 보이는 회사입니다. 포토샵, 아크로뱃. PDF를 열어본 적이 있다면 이미 이 회사 제품을 쓴 겁니다.

강세론. "AI가 어도비를 죽인다"는 말이 가장 많이 나오는 회사인데, 정작 어도비의 AI 제품이 가장 빠르게 크고 있습니다. 파이어플라이는 연환산 3억 달러 가까이 나오고 있고 분기마다 약 50%씩 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영역은 1년 전의 네 배입니다. 그리고 제가 꼭 짚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어도비는 Anthropic, OpenAI와 제휴해 클로드와 챗GPT 안에 들어갔습니다. 어도비를 대체한다던 그 회사들이 어도비를 자기 시스템의 일부로 넣은 겁니다.

본업도 여전히 기계처럼 돌아갑니다. 최근 분기 매출 66억 달러, 전년 대비 13% 성장, 시장 기대치를 다섯 분기 연속으로 상회했습니다. 그리고 분기 중 850만 주를 매입했습니다.

약세론도 층이 여러 겹입니다. 먼저 사람이 빠지고 있습니다. 오늘의 어도비를 만든 CEO가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고, CFO는 6월 중순에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났습니다. 최상단 두 명이 비슷한 시기에 나가면 시장은 불안해합니다. 여기에 내부자 매도까지 겹쳤습니다. 좋은 그림은 아닙니다.

둘째, 어도비는 신규 사용자에게 제품을 사실상 무료로 풀고 있습니다. 사용자 기반이 5,000만 명에서 9,000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는데, 이들은 정가를 내지 않습니다. 회사는 이것이 저가 AI 도구와 경쟁하기 위한 선택이며 그래서 당분간 가격을 올릴 수 없다고 투자자들에게 이미 말했습니다. 사용자는 늘지만 사용자당 매출 증가는 느려집니다. 회수까지 시간이 걸리는 거래입니다.

셋째, 헤드라인 숫자 아래에 잡음이 있습니다. 최근 분기에 구사업부 관련 7,000만 달러 상각과 법적 이슈 관련 3,000만 달러 충당금이 있었고, 핵심 구독 사업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습니다. 시장이 반응한 건 마지막 항목입니다. 다만 7,000만과 3,000만을 합쳐 1억 달러인데, 이 회사는 작년에 100억 달러 넘는 잉여현금흐름을 만들었습니다. 비율로 보면 잡음에 가깝습니다.

숫자로 넘어가겠습니다. 시가총액 890억 달러, 기업가치 1,020억 달러로 차이는 약 130억 달러. 잉여현금흐름은 작년 103억 달러, 5년 평균 80억 달러입니다. 인튜이트보다 좋습니다.

자본수익률도 더 좋습니다. 작년 36%, 5년 평균 26%. 그리고 잉여현금흐름의 8.7배에 거래됩니다. 이 배수는 시장이 이 회사를 쇠퇴 기업으로 가격에 반영했다는 뜻입니다. 쇠퇴하는 사업이라면 아주 낮은 배수를 받아야만 수익이 나니까요.

그런데 실제 숫자는 쇠퇴가 아닙니다. 순이익률은 28% 안팎에서 안정적이고 매출총이익률은 89%로 인튜이트보다 높습니다. 매출은 최근 3년 동안 연 11%씩 늘었습니다. AI가 세상을 뒤집은 바로 그 3년 동안 연 11%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시장이 과잉 반응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제 체크리스트에서 어도비는 전 항목 통과입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자사주 매입 패턴입니다. 이 회사는 2016년 이후 발행주식의 약 25%를 소각했는데, 중요한 건 총량이 아니라 타이밍입니다. 주가가 높던 시기에는 크게 사지 않았고, 주가가 무너진 뒤에 매입을 가속했습니다. 2021년 700달러였던 주식이 지금 222달러입니다. 그 구간에서 주식 수 그래프는 계속 아래로 내려갑니다. 배당은 주지 않고 그 현금 전부를 싼 자기 주식에 씁니다. 솔직히 말해 이 패턴을 보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자본배분을 이렇게 하는 경영진은 드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주가가 앞으로 7~8년 더 이 수준에 머물러서 회사가 계속 주식을 사들이는 쪽이 장기 주주에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애널리스트는 올해 주당 24달러 이익이 7년 뒤 45달러로, 매출은 260억 달러에서 460억 달러로 간다고 봅니다. 인튜이트만큼의 성장률은 아니지만 견고합니다.

제 10년 가정. 매출 성장 3%/6%/9%, 잉여현금흐름 마진 37%/40%/43%, 10년 뒤 배수 18/21/24배, 요구수익률 9%. 결과는 저가 400달러, 중간 600달러, 고가 890달러. 현재 222달러에서 중간 가정 기준 연 24%입니다.

다만 여기엔 큰 전제가 붙습니다. 10년 뒤 시장이 이 회사에 지금 제가 가정한 배수를 다시 매겨줘야 합니다. 그게 이 계산의 가장 약한 고리입니다. 저는 이 종목을 보유하고 있고, 매수 후에 더 빠질 것을 전제로 삼습니다. 떨어지는 주식을 계속 사려면 그만한 소화력이 필요하고, 그래서 결론보다 과정이 중요합니다. 같은 맥락의 비교는 어도비와 세일즈포스를 나란히 놓은 글에서도 다뤘습니다.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항목인튜이트어도비
연초 대비-58%-34%
시가총액783억 달러890억 달러
순부채(EV-시총)약 100억 달러약 130억 달러
작년 잉여현금흐름77.6억 달러103억 달러
5년 평균 FCF55억 달러80억 달러
ROIC (작년 / 5년)10.25% / 12.5%36% / 26%
잉여현금흐름 배수10배8.7배
매출총이익률약 80%89%
순이익률약 22%약 28%
최근 매출 성장연 10% 이상(전망)3년 연 11%
주주환원배당 + 자사주무배당, 자사주 집중
체크리스트 통과1개 항목 제외 통과전 항목 통과
중간 가정 내재가치583달러600달러
현재가 기준 기대수익률19.5%24%

제 결론

표만 보면 어도비가 거의 모든 항목에서 앞섭니다. 자본수익률이 두 배 이상이고, 마진이 높고, 배수는 더 싸고, 자본배분은 훨씬 영리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비교를 "어도비가 이겼다"로 끝내지 않습니다. 두 회사의 리스크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도비의 약세론은 대부분 사람과 전략에 관한 것입니다. 경영진 교체, 무료 사용자 전략, 가격 인상 유예. 되돌릴 수 있는 종류의 문제입니다. 반면 인튜이트의 약세론은 고객 기반 자체에 관한 것입니다. 점유율 1%포인트 상실, 700만 명의 가격 민감 사용자, 그리고 진행 중인 소송. 이쪽이 더 무겁습니다.

그래서 제 판단은 이렇습니다. 어도비는 지금 가격에서 안전마진이 충분하다고 보고 실제로 보유 중이며, 인튜이트는 숫자가 매력적이지만 고객 이탈 추세가 멈추는지 한두 분기 더 확인할 가치가 있는 종목입니다. 두 회사 모두 앞의 두 질문(30년 뒤에도 존재하는가, 그때 더 벌고 있는가)에는 통과합니다. 갈리는 건 언제나 세 번째 질문, 가격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반복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 제가 보유한 종목이라는 사실은 매수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여기서 공유하는 건 결론이 아니라 항목별로 뜯어보는 과정이고, 같은 과정을 돌려도 요구수익률이 다르면 결론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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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교 Finance & Economics 전공. 증권사 리포트 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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