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데, 왜 나는 이걸 위험 신호로 안 볼까
아마존의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데, 왜 나는 이걸 위험 신호로 안 볼까
마이너스 현금흐름이라는 헤드라인의 함정
아마존을 숫자로 처음 열면 눈에 걸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지난해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 25억 달러였다는 것. 그런데 같은 해 순이익은 900억 달러가 넘습니다. 이 거대한 간극은 전부 설비투자에서 나옵니다. 헤드라인만 보면 “현금을 못 버는 회사”처럼 보이지만, 저는 정반대로 읽습니다.
먼저 회사의 가격표를 봅시다. 시가총액 2조 6,400억 달러, 기업가치 2조 9,700억 달러. 그 차이인 약 3,500억 달러가 순부채입니다.
설비투자가 만든 착시
핵심은 CapEx의 궤적입니다. 현금흐름표를 열어 설비투자 항목을 따라가면 130억, 170억, 400억, 610억, 640억, 520억, 830억… 그리고 최근엔 1,500억 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아마존은 미래에 투자하는 회사로 유명하고, 이 숫자가 그걸 그대로 보여줍니다.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건 사업이 돈을 못 벌어서가 아니라, 번 돈보다 더 많이 미래에 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실 10~12년 전 아마존을 바로 이 이유로 놓쳤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현금흐름과 이익만 보고 “비싸다”고 판단했던 거죠. 지금은 이 CapEx를 비용이 아니라 미래 매출의 씨앗으로 봅니다.
8개 지표가 아마존에 무의미한 이유
제가 늘 쓰는 8개 지표(8 pillars)를 아마존에 대면 온통 부정 신호(X)로 가득합니다. 그런데 저는 아마존만큼은 이 지표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묻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성장하는 회사가 이만큼의 X를 달고 있을 수 있지?” 그건 지표 뒤에 무언가 더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익률 추이가 그 힌트입니다. 10년 평균 순이익률 6.5%, 5년 7.4%, 최근 1년은 12%. 매출총이익률은 50%에 달하고, AWS와 광고 사업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습니다. 표면의 낮은 자본수익률은 현금흐름이 눌려 있기 때문이지, 사업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애널리스트 추정치를 보면 주당순이익이 9달러에서 7년 뒤 17.5달러로 약 2배, 매출은 8,400억 달러에서 1조 6,600억 달러로 역시 약 2배가 됩니다. 절대 규모로 보면 엄청난 성장입니다.
그럼 아마존은 얼마짜리 회사인가
저는 10년 기준으로 가정을 넣어봤습니다. 매출성장률 4·8·12%, 이익률과 잉여현금흐름률 8·12·16%, 10년 뒤 PE는 20·23·26배. 솔직히 저는 이 PE도 낮게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사실상 아마존 위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필요한 게 생기면 그냥 아마존에서 삽니다. 이런 회사엔 프리미엄을 줘야 합니다.
한 가지 짚을 점은, 제 중앙값 이익률 가정 12%는 아마존이 딱 한 번 달성해본 사상 최고치라는 겁니다. 즉 저는 앞으로 이익률이 계속 좋아진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AWS와 광고의 개선을 감안한 판단입니다.
결과를 봅시다. 마진 없이 9% 수익률만 요구하면 현재 240달러인 주가에 대해 내재가치는 낮게 107달러, 중앙값 240달러, 높게 485달러가 나옵니다. 지금 가격이 사실상 제 내재가치 중앙값에 붙어 있는 셈입니다. 여기에 제 요구수익률 15%를 넣으면 매수가는 낮게 70달러, 중앙값 155달러, 높게 304달러로 내려갑니다.
10년 전 내가 놓친 것, 그리고 리스크
제가 이 3분짜리 분석에서 얻은 건 단순한 가격표가 아닙니다. ‘아마존에 시간을 더 쓸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답입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가격만 보고, 헤드라인 한두 개 읽고 삽니다. 그건 투자가 아니라 투기입니다. 그렇게 사면 주가가 빠질 때 속이 뒤집힙니다. 애초에 그게 얼마짜리인지 몰랐으니까요.
리스크도 분명합니다. 제 중앙값 이익률 12%는 사상 최고치이고, 만약 아마존이 다시 공격적 투자 국면으로 돌아가면 그 마진과 현금흐름은 눌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마존을 ‘더 지켜볼 회사’로 두고, 지금은 계산이 더 명확한 마이크로소프트 쪽에 먼저 현금담보 풋을 팔기로 했습니다. 좋은 회사를 찾는 것과 좋은 가격에 사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이 둘을 분리해서 판단하는 게 제 방식입니다.
같은 카테고리의 글
매출은 폭발, 주가는 제자리: 엔비디아 강세론 vs 약세론 총정리
매출은 폭발, 주가는 제자리: 엔비디아 강세론 vs 약세론 총정리
엔비디아 매출은 2021년 160억 달러에서 5년도 안 돼 2,530억 달러로 폭발했지만 주가는 AMD·마이크론에 밀렸습니다. 젠슨 황의 '포물선 수요' 발언과 강세론 3가지, 약세론 3가지를 제 관점에서 정리했습니다.
엔비디아 밸류에이션: 지금 이 주식의 적정가는 얼마인가
엔비디아 밸류에이션: 지금 이 주식의 적정가는 얼마인가
시총 5조 달러, 주가매출비율(PSR) 19.6배, 1년 순이익률 63%. 제가 보수적 가정(매출성장 10~25%, 마진 35~55%)으로 10년 DCF를 돌린 결과, 9% 요구수익률 기준 적정 중간값은 250달러, 15% 기준으로는 154달러가 나왔습니다.
엔비디아로 월세 받기: 커버드콜 전략 이해하기
엔비디아로 월세 받기: 커버드콜 전략 이해하기
엔비디아를 팔지 말지 애매하다면 커버드콜이 답이 될 수 있습니다. 9월 18일 만기 250달러 콜을 팔면 주당 3.37달러(연 8.8%), 220달러 콜이면 10.39달러(연 27%)를 받습니다. 원리와 함정을 제 관점에서 정리했습니다.
다음 글
마이클 버리의 '고래 낙하' 전략: AI 버블을 경고하며 그가 사들인 소외주들
마이클 버리의 '고래 낙하' 전략: AI 버블을 경고하며 그가 사들인 소외주들
버리는 AI 트레이드가 닷컴식 버블로 치닫는다고 경고하면서도 소외된 비(非)AI 종목 9개를 조용히 담고 있다. 핵심은 '고래 낙하' — 모두가 AI만 쳐다보는 사이 바닥에 가라앉은 멀쩡한 기업들이 헐값에 방치됐다는 논리다.
버리가 담은 9개 종목 총정리: 페이팔·어도비·알리바바부터 삼성전자 미스터리까지
버리가 담은 9개 종목 총정리: 페이팔·어도비·알리바바부터 삼성전자 미스터리까지
페이팔(-24%), 어도비(-42%), 룰루레몬(-40%), 비바 시스템즈(-30%) 등 버리가 매수한 종목의 공통점은 적자가 아니라 '소외'다. 각 종목별로 그가 남긴 근거와 대표 발언, 그리고 미스터리 종목까지 정리했다.
가격 vs 가치: 버리의 종목을 내 방식대로 뜯어본 밸류에이션 과정
가격 vs 가치: 버리의 종목을 내 방식대로 뜯어본 밸류에이션 과정
페이팔은 잉여현금흐름의 7배, 어도비는 7.5배에 거래된다. 나스닥100의 약 45배와 비교하면 극단적 저평가다. 잉여현금흐름·자사주 매입·DCF 수익률로 5개 종목을 같은 잣대에 올려 '얼마면 살 만한가'를 계산했다.
이전 글
버크셔의 사상 최대 3,974억 달러 현금, 저는 이걸 경고로 읽습니다
버크셔의 사상 최대 3,974억 달러 현금, 저는 이걸 경고로 읽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사상 최대인 3,974억 달러 현금을 쌓아두고 14개 분기 연속 주식을 순매도했습니다. 제가 이 침묵을 왜 시장의 가장 큰 경고로 보는지 정리했습니다.
버핏 지표가 말하는 시장의 진실: 지금은 100년래 가장 비싼 구간입니다
버핏 지표가 말하는 시장의 진실: 지금은 100년래 가장 비싼 구간입니다
시가총액 대비 GDP를 보는 버핏 지표가 지금 140~142% 고평가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1929년, 2000년과 비교한 역사적 데이터로 향후 10년 수익률이 왜 우려되는지 짚었습니다.
나쁜 뉴스가 쏟아지는데 시장은 왜 계속 신고가를 찍을까요?
나쁜 뉴스가 쏟아지는데 시장은 왜 계속 신고가를 찍을까요?
인플레이션 4.2%, 신용 시장 스트레스, 크립토 붕괴에도 S&P는 신고가를 이어갑니다. 11개 섹터 중 8개가 하락한 '가짜 랠리'의 정체와, 개인 투자자가 취할 규율을 설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