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2000 vs S&P 500 vs 나스닥 — 승자를 결정하는 건 결국 밸류에이션이다
러셀 2000 vs S&P 500 vs 나스닥 — 승자를 결정하는 건 결국 밸류에이션이다
같은 두 지수, 반대의 승자
제가 직접 돌려본 백테스트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사실은 이겁니다. 러셀 2000과 S&P 500 중 누가 이기느냐는, 지수 자체가 아니라 당신이 언제(어떤 밸류에이션에서) 시작했느냐가 결정합니다.
매달 100달러씩 세 곳에 꾸준히 넣는다고 가정해봤습니다. 러셀 2000(약 2,000개 중소형주 지수), S&P 500(시가총액 상위 500개), 그리고 QQQ(나스닥, 기술주 중심). 서로 다른 역사 구간에서 돌려보니, 모든 걸 바꿔놓는 하나의 패턴이 튀어나왔습니다.
옵션 A: S&P 500이 이기는 조건
S&P 500이 압도하는 구간은 '싸게 시작할 때'입니다.
2009년 3월, 금융위기의 바닥을 보죠. 당시 대형주는 헐값이었고 모두가 증오했습니다. 그 싼 출발점에서 오늘까지 적립식으로 담았다면 S&P는 연 14.79%를 안겨줬습니다. 한 번에 사서 들고만 있었어도 연 16.86%였죠. 나스닥은 더 대단해서 적립식 20.25%, 일시불 22.28%였습니다.
같은 구간에서 러셀 2000은 적립식 11.32%, 일시불 14.75%였습니다. 훌륭하지만, 대형주에 뒤졌습니다. 왜냐하면 2009년엔 대형주가 압도적으로 쌌기 때문입니다.
옵션 B: 러셀 2000이 이기는 조건
러셀 2000이 앞서는 구간은 정반대입니다. '비싸게 시작할 때'죠.
2000년, 닷컴 버블의 정점에서 시작해봅시다. 지금과 아주 닮은, 시장이 미친 듯이 고평가됐던 그 시점 말입니다. 2000~2012년 적립식으로 담았다면 S&P는 연 5% 미만, 러셀 2000은 약 7%였습니다. 중소형주가 이겼습니다. 더 쌌기 때문입니다.
'2%쯤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12년 복리로 누적하면 거의 30% 차이입니다. 결코 작지 않습니다.
한 번에 사서 들고만 있었을 때의 차이는 더 극적입니다. 이 구간에서 러셀 2000은 연 5.58%, S&P는 1.67%, 나스닥은 **-2.55%**였습니다. 나스닥은 80% 폭락했고, S&P는 50%대 하락했지만, 러셀은 꾸준히 버텨냈습니다.
나스닥은 어떤가 — 수익률이 전부가 아니다
"나스닥이 두 구간 모두 앞섰으니 그냥 나스닥만 사면 되지 않나?"라는 질문이 나올 만합니다. 실제로 저희 팀에서도 같은 질문이 나왔죠. 답은 '변동성'입니다.
나스닥은 닷컴 붕괴 때 80% 하락을 경험했습니다. 같은 시기 러셀은 20%도 채 빠지지 않았습니다. 수익률 숫자만 보면 나스닥이 매력적이지만, 80% 하락을 견디며 바닥에서도 계속 매수 버튼을 누를 배포가 당신에게 있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투자자는 그 지점에서 무너집니다.
분명히 해두자면, 저는 나스닥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QQQ가 크게 빠져서 합리적인 가격이 되면 저는 주저 없이 저비용 적립 대상에 추가할 겁니다. 합리적인 가격만 지불한다면, 미래의 시장 상승은 결국 기술주가 주도할 테니까요.
세 지수 요약
| 시작 시점 / 방식 | 러셀 2000 | S&P 500 | 나스닥(QQQ) |
|---|---|---|---|
| 2000년 정점, 적립식 | ~7% | <5% | 최상위 |
| 2000년 정점, 일시불 | +5.58% | +1.67% | -2.55% |
| 2009년 바닥, 적립식 | 11.32% | 14.79% | 20.25% |
| 2009년 바닥, 일시불 | 14.75% | 16.86% | 22.28% |
같은 두 자산인데, 시작 시점만 달랐을 뿐 승자가 정반대로 뒤집힙니다. 시작 밸류에이션이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이미 시작된 로테이션
흥미로운 건, 이 회전이 올해 이미 시작됐을 가능성입니다.
더 싸고 꾸준한 가치주가 비싸고 빠르게 크는 성장주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올해 가치주는 약 15% 오른 반면 성장주는 약 2.5%에 그쳤습니다. 2022년 이후 가장 큰 격차입니다. 중소형주는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고, 어느 하루에는 지루한 금융주가 1.5% 오르는 사이 뜨거운 기술주가 2% 넘게 빠지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펼쳐졌습니다.
모든 종목을 동일 비중으로 담는 S&P 동일가중 지수와 러셀 2000이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찍는 동안, 메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같은 거인들은 오히려 크게 뒤처졌습니다. 가치주는 약 14배 PER에, 성장주는 그 두 배에 가까운 30배 근처에 거래됩니다.
덧붙이자면, 저 같은 가치투자자는 기업을 '가치주'와 '성장주'로 나누지 않습니다. 그 둘은 동전의 양면일 뿐입니다. 다만 지금은 S&P와 나스닥이 러셀 2000보다 훨씬 더 고평가돼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결론: 지금은 비싼가, 싼가
그래서 진짜 질문은 '러셀이냐 S&P냐'가 아닙니다. 훨씬 단순합니다. 우리는 지금 비싸게 시작하는가, 싸게 시작하는가.
버핏 지수 기준으로 우리는 역사상 손꼽히게 비싼 구간, 닷컴 붕괴 때보다도 더 높은 곳에 있습니다. 오늘은 2009년보다 2000년에 훨씬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역사가 조금이라도 반복될 때 손을 들어주는 쪽은 S&P가 아니라 러셀 200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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